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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서울시 전자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터다. 지역마다 전자 도서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용해보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이유는 내가 읽고자 하는 책들은 이미 대출 완료이며 예약도 밀려 있어서 내 순서가 오지 않는다는 것. 서울시 도서관은 이런 불편함을 개선한 “구독형” 전자 도서관이었고 호기심에 가입 후 읽은 만한 책을 고르던 중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책이라는 점에서 고르고 일게 되었다. 실제로 구독형 전자 도서관은 동시에 얼마든지 빌려갈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누가 날 죽였지?”

아마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누가 날 죽였지?” 라는 문장 하나를 이 소설을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렇게 시작한 이 책은 누가 날 죽였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영혼과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영매 리쉬가 서로의 능력을 통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기로 하는 내용이다. 영혼은 현실 세계에 접근할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혼의 세계에 접근할 수 없다. 다만 심신이 미약한 알콜 중독자, 마약쟁이에게는 영혼들이 접근해 그들의 뇌를 조정할 수 있다. 혹은 그들의 영혼이 빠져 나가면 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버릴 수도 있다는 설정이 있다. 그래서 웰즈는 또 다른 영혼의 증언을 듣거나 알콜중독자를 통해 컴퓨터를 접근하고 원하는 자료를 찾기도 한다. 리쉬는 현실 세계에서 용의자들을 찾아다니며 심문을 한다. 그래서 범인은...

한 챕터가 끝나면 그와 관련이 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 사전”의 내용이 등장한다. 이 부분이 없었다면 책 한 권으로 끝났을 것 같은데 덕분에 두 권짜리 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 호흡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다보니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고 나오는 내용이 진실인지 아니면 소셜의 한 부분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몇 가지 내용에 대해 구글 검색을 했을 때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 기반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설 내용보다 더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플라나리아 기억 실험이다. 플라나리아에게 학습을 시킨 후 몸을 반으로 자른다. 플라나리아는 곧 잘린 부분을 재생해서 두 마리가 되었을 때 뇌가 없는 쪽은 학습을 기억할까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뇌가 없던 부분도 재생후에는 학습 했던 부분을 기억하고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플라나리아 기억 실험을 통해 관련 내용을 찾아 봤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기억을-다른-두뇌에-옮길-수-있을까/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죽음에 대해 너무 신비화하고 죽은 이후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에도 조금 의문은 있으나 어쨌든 이 책은 우리가 사는 현실.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함을 말한다. 리쉬가 아침마다 깨어나 살아있음에, 숨쉬고 있음에, 육신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듯이. 그리고 죽음을 너무 미화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약간 오해했던 것 같다. 가브리엘의 할아버지는 병에 걸려서 거의 죽은자와 다름 없이 병실에 갇혀서 지냈다. 작가 입장에서 그것은 오히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창문 넘어 자살한 할아버지였기에 삶보다 죽음이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 보통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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