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생각

굿바이 세벌식!

14 ROUND 2019. 2. 27. 00:31


세벌식?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세벌식. 두벌식 자판은 표준이 되어 널리 쓰이고 있으나 세벌식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고 두벌식, 세벌식 용어를 모른다면 99%의 확률로 두벌식을 사용하고 있다. 두벌식은 한글을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 타이핑하게 만든 방법이다. 즉, 자음과 모음 두벌이다. 세벌식은 한글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누어 타이핑하게 만든 방법이다. 초성, 중성, 종성 이렇게 세 벌이어서 세벌식이다. 두벌식은 표준이며 세벌식은 아직 표준이 아니다.

세벌식을 왜 썼나?

타자연습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고 세벌식이 궁금해서 이리 저리 찾아보아서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두벌식 단문으로는 600타 이상 나오기도 했으나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손목이나 손가락 쪽에 간혹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군 생활 하면서 세벌식을 연습해볼까라는 생각에 시작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두벌식만큼 타수가 나오지 않았으며(내 컴퓨터는 게임이 되지 않아 두벌식 자판 연습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타자를 치면서 통증이 생긴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세벌식 장점은?

세벌식 장점은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 여긴 그냥 내가 쓰긴 장점이다.

아프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장기간 타자연습을 하더라도 통증이 생기지 않았다. 세벌식 관련 페이지에 가면 그러한 이유를 설명해두었는데 굳이 여기 옮기진 않겠다.

아무도 내 컴퓨터를 쓰지 않는다.

세벌식 사용자인 걸 주변에서 알게 되면 간간히 컴퓨터가 필요한 경우에도 가능한 내 컴퓨터를 피한다. 본인들에게는 못쓸 물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벌식으로 설정을 바꾸면 되는데 대부분은 그러한 설정이 어디 있는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벌식에 맥이면 아내도 건드리지 않는다.

강력한 패스워드

세벌식은 상단에 있는 숫자 자판도 한글로 사용된다. 그래서 패스워드를 영문 키보드로 하고 한글로 “파파” 라고 한다고 했을 때, 두벌식은 vkvk 가 되지만 세벌식은 0f0f 가 된다. 자연스레 영어 대소문자와 숫자가 공존하는 외우기 쉬운 패스워드를 만들 수 있다. 때론 패스워드: 파파라고 적어두더라도 대부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왜 다시 두벌식을 돌아가는가?

세벌식은 종류가 너무 많다

두벌식은 표준으로 자리 잡고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벌식은 위키에 종류에 대해 설명한 페이지가 있을 정도다.
나는 390을 쓰다가 최종 자판으로 옮겨 갔었다. 왜 세벌식은 자판이 많을까? 일단 표준이 없으니까.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와중에 기존에 쓰던 자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래서 계속 수정되고 있다는 것이 내 관점이다. 물론 두벌식도 완벽하지 않고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또한 수정이 안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자판을 모두 써본 입장에서 세벌식의 문제는 확연히 눈에 띄지만 두벌식은 통증이 있다는 것 외에 자판 자체만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 문제라는 부분은 사실 문제가 아니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변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아래는 일단 내가 썼던 공병우 최종 자판 기준이다.


  • 세벌식은 특수문자를 따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내가 영어로 타이핑할 때 쓰는 특수문자와 한글로 타이핑할 때 쓰는 특수문자는 같은 문자임에도 다른 자판을 두드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굉장히 머리가 좋아질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 같고 간혹 언어 설정이 맞지 않음으로 인해 오타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좋은 예로 느낌표(!!!)의 위치가 다르다.

  • 12개 특수문자는 없다.
영문과 위치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없다. 이 자판이 만들어질 시점에는 사용빈도가 적어서 빠졌으나 현 시점에는 그렇지 않게 되면서 불편해졌다. 예를 들면 _, $, @. 따라서 이런 문자를 쓰려면 영문으로 자판을 변경해야 한다. 영어/한글을 합치게 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특수문자는 더 많아진 셈이긴 하지만 불편하다.

  • 여전히 익히지 못한 글자가 존재한다. - 참고로 세벌식만 10년은 넘게 쓴 듯.
타자는 자주 씀으로 인해서 자전거 타듯이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자주 써야 익힐 수 있다. 세벌식의 장점은 자주 쓰는 초중종성들이 아주 편한 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글자들에 대해서는 두벌식보다 단연히 편하고 빠르게 타이핑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자주 쓰지 않는 종성이 나오는 경우 손가락이 언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주 쓰지 않는 겹받침이 나오는 경우 손가락은 이를 익히지 못해 멈추면서 키보드를 하나 하나 눌려가며 해당 문자를 찾아야 했다.

물론 내가 느낀 이러한 단점들은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느꼈다. 왜냐하면 이 세벌식 최종(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최종이 아님)자판 이후로 수정 버전이 많이 나왔고 수정 버전에서는 앞서 말한 단점들을 많이 보완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벌에서는 가능한 영문자판의 숫자 및 특수문자를 거의 그대로 쓰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 두벌식으로 돌아가지 않고 신세벌로 옮겨가면 되지 않는가.

앞서 공유한 위키를 들어가 보면 신세벌만 해도 종류가 4가지다. 2018년에 또 수정 버전이 나와 있다. 허허 이거 참 라라라라.
익히려면 또 익히면 된다. 기본틀에서 조금 벗어난 거라면 지금 두벌식 익히듯이 차분히 또 틈틈히 연습하면 익힐 수 있다. 세벌식 390에서 세벌식 최종으로 넘어갈 때 처럼. 
문제는 계속 변화하는 이 세벌식을 OS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대부분 두벌식과 함께 세벌식 390 혹은 세벌식 최종정도를 지원한다. 그래서 신세벌이라는 자판이 나오게 되면 이 자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니까 두벌식은 OS를 설치하면 내가 당장 한글을 쓰는데 문제가 없는데 신세벌은 문제가 생긴다. 
더불어 간혹 다른 사람 컴퓨터 혹은 PC방 등에서 컴퓨터를 쓸 일이 있다. 그러면 나는 또 이 새로운 자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받아 설치해야 한다. 아니면 독수리로 두벌식을 치든지. 삶에 여유가 있을 때라면 모르겠으나 요즘은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 외에는 하나라도 덜 신경쓰고 싶다.

결국 나는 내가 세벌식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하고 아니오 라는 대답을 얻었다. 프로그래머란 직업으로 인해 한글보다 영어를 평소에 더 많이 쓴다. 거기다 고객이 외국에 계시면 이메일도 영어로 쓴다. 한글은 메신저 혹은 단문을 쓰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아마 다시 세벌식으로 넘어간다면 세벌식이 표준이 되거나 혹은 표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가 아닐까. 

굿바이 세벌식!

지금 이 글도 두벌식!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